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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노트
청명(淸明) 본문
시기를 놓쳤습니다. 청명(淸明)에 맞춰 올리려고 했지만, 시험기간이 겹쳐 한 달이나 미뤄졌네요.
사실 이 블로그는 재미있는 구조로 쓰여졌습니다. 두 번째 여행에 관한 글을 먼저 쓰다가, 첫 번째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맺음말로 마무리했습니다. 청명(淸明, 24절기 중 다섯번째 절기) 이전에 쓰여진 전자의 글과 청명 이후에 쓰여진 후자의 글의 문체나 분위기를 비교해 보면, 후자의 글에서 청명 (청명함: 맑고 밝음)이 지나가버리고 남은, 시험기간 속 어둠만이 묻어있는 글이 보이네요. 의도치 않게 재미있는 비교군이 만들어졌네요.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제 노트에 사진을 조금 많이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요즘의 저는 깊이있는 생각을 홀로 해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 같아요. 물리적인 부분도, 심리적인 부분도 그 잠깐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지만, 하지만 그 허락되지 않는 여유가 그다지 씁슬하게 느껴지지 않네요. 그저 재미있고, 때때로는 행복합니다. 바쁨은 사람의 온 감각을 가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바쁨의 상주함으로 인해 나타난 감각의 통제 속에서 나타나는 잠깐의 감각 해방,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잠깐의 청명함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게 동기를 잃지 않는 행복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오늘은 잠깐 한 주제에 오로지 집중해왔던 그전 글들의 형식에서 벗어나 몇달간의 여러 청명(淸明)의 것들에 대해 오롯이 살펴보는 글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글을 쓰며 뭔가를 더 분석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제가 그러고 싶을 때 마다 글에서 스스로에게 제한을 걸려고 합니다. 살피는 글이니까요. 쉬워야겠죠.
새해의 새로움은 곧 연속되었던 무언가의 종결을 의미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새해의 목표를 세웁니다. 특별한 의미도 부여합니다. 그거 꽤 낭만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동기부여를 주고, 뭔가 새롭게 해낼 힘, 그리고 넓게 봐서는 그 일을 끝끝내 해냈을 때 제공할 성취감까지 얻게 해줄 첫 발자취가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2025년이 되었다는 것에 있어 그다지 큰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미 약 스무번의 경험을 통해 새해마다 생각을 바꾸고, 뭔가 목표를 세우는 기간의존적으로 행해지는 일들에 대해 적어도 저에게는, 그것이 큰 효과로 다가오지 않고 되려 회의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지금 해오던 걸 계속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신 다가오는 하나하나의 즐거운 일들에 주목하고 최선을 다하면 한 해가 끝날 때 되려 올해의 컨셉은 무엇이었구나, 그것을 깨닫게 되는게 훨씬 즐겁고 저에게는 잘 맞는 한 해를 보내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5년의 표지
한 해의 시작에서 떠나는 여행은 언젠가 그 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거에요. 2025년에 대한 제 첫 인상은 일본 도쿄로 떠난, 성인이 되고 떠난 네 번째 해외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마음이 잘 맞는 과 동기들이 있습니다. 2024년에 가장 잘한 부분은 과 내에서 이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 같습니다. 형석, 승일, 기범, 수호, 승준, 도현, 그리고 여기 못 온 준서형까지. 다들 각자만의 개성이 있는 친구들이라 참 재미있습니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다 달라서 이 친구들에게 약대생의 일관성을 찾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 다양한 일관성은 곧 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모임을 아주 흥미롭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일관성은 또한 모임에서 각자만의 역할을 만들어줍니다. 우리 여행에서 감사한 사진사의 역할을 맡고 있는 아이는 바로 정승일입니다. (수정. 넣고보니까 오형석이 찍은 사진도 있네요. 얘는 어떻게 사진기도 아니고 아이폰도 아니고 갤럭시로 이런 사진을 찍는것이여.) 저의 2025년의 1번째 여행에서 그의 훌륭한 작품들을 몇 개 소개해보려고 해요.
첫날 여행의 첫 식사는 야키니쿠. 일본의 고유(固有)한 음식들은 대부분 그 본토에서 먹을 때 훨씬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야키니쿠는 그중에서도 그 차이가 큰 편에 속하는 음식이라고 생각이 되는 맛이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모르는 일본 장인들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일까요? 몰라요. 그냥 야키니쿠는 맛있음. 한국 것도 맛있어요. 일본이 비교도 안될만큼 맛있다는 걸 단지 강조하고 싶었을 뿐. 뭐..고기는 항상 옳으니까. 먹으러 가자.
정승일이 찍은 사진들 자랑좀 하겠습니다. 예전에 이 친구에게 제가 인터뷰에 쓸 프로필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고객 만족도 100%였습니다. 다들 정승일씨에게 같이 출사를 나가보시거나, 밥 한끼 사주고 본인의 인생샷을 꼭 건져보세요.
도쿄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한 묶음의 사진입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그 장소가 거쳐낸 유구한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이 빚어낸 고유한 깊이의 맛, 그 두 가지가 느껴질 때 그 장소에 대한 매력을 느낍니다. 도쿄는 느껴지는 충분한 깊이의 맛이 있는데, 심지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국적 감성과 엔티크(Antique)한 느낌, 그리고 모던함까지. 많은 것을 함유한 도시입니다. 마치 여러 우물을 모두 깊이 있게 판 도시같네요. 도시가 상당히 완벽주의적입니다. 느낌 하나 조차도 대충 구현해 놓은 것이 없어요. 그것이 우리가 도쿄를 여러 관점으로 재방문 해봐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고, 그것이 도쿄를 세계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만든 것 같습니다.
그 비싼 몇백만원짜리 귀한 카메라로 남자 7명이 하는 짓이 술 광고 모델로 빙의해서 촬영장마냥 포즈잡고 사진찍는, 그런 겁니다. '일본의 프리미엄 위스키, 산토리' 이런 멘트가 배경에 깔렸다고 딱 상상을 하면서 이제 톱스타 연예인에 빙의했던 걸지도...아닐 수도 있고.. 톱스타 연예인은 아니지만....이게 무슨 흐름이지.
일본하면 빼놓을 수 없는게 재패니즈 위스키입니다. 보급형 위스키 라인이긴 하지만, Suntory 위스키는 꽤나 한국에서도 대중화된 위스키입니다. 참 신기합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어떻게 이토록 저명한 위스키 회사와 라인업을 보유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Suntory사는 이미 상당히 많은 서양/아메리칸 위스키 제조 공정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더 공부를 해봐야겠네요. 위스키 분야에서도 일본의 깊은 우물은 드러납니다. 우물 표지판에 적혀있는 것이 그렇다면 바로 이 'Suntory'가 되겠어요.
제 친구들은 다 위스키를 꽤 좋아해요. 바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네 명이나 있다니, 이건 정말 다른 걸 다 차치하고 이 팟과 여행을 계속 다녀야 하는 이유에요. 아니 의무에요 그냥. 다들 지갑 부자인가봐 난 아닌데. 자랑스러운 부분은, 제가 작년 칵테일 동아리에서 이 바 문화를 배워와서 그 네 명 친구들한테 다 전파시켰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수호는 제가 작년 5월에 부산 여행을 갔을 때 칵테일바에 한번 데려갔던 이후로 여기에 완전 푹 빠져서, 지금은 웬만한 바텐더보다 술도 많고, 이젠 저보다 술에 대해서도 훨씬 많이 알아요. 무엇보다 저랑 위스키랑 칵테일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는, 그런 좋은(?) 건강한(?) 취미를 공유하는 둘도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가볍게 얘기했지만, 가벼운 문화는 아니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인 것 처럼 얘기했지만, 또 마냥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경중에 관계없이 모든 취미나 문화에 해당되는 말인 것 같아요.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감을 느끼곤 합니다. 바 같이 가자고. 사줄게. 한 번은.. (두 번째부터는 비싸서 안돼. 비싼게 문제야.)
이 여행에서 먹은 신비한 술에 대한 얘기가 있는데, 그건 잊기 전에 더 먼저 얼른 기록해두었습니다. 그러나 이건 쉽지 않은 글이에요. 재차 읽어봐도 오글거림. 하지만 수정할 생각은 없음.
고유(固有)
1년간 다섯 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아직은 여행 초보자이기에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정복해나가는 한편, 우연찮은 계기로 일본의 '도쿄'를 두 번 다녀오게 되었다. 연구자는 여행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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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맛난것도 보고, 멋진것도 봤습니다.
도쿄 국립 박물관입니다. 사람 얼굴이 너무 커서 뒷 풍경을 가로막고 있지만, 도쿄 여행 자체 컨텐츠적인 부분에서 가장 만족한 의외의? 장소에요. 역덕으로써 박물관을 돌아보며 일본사의 발자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소장한 유물의 가치와 전시관의 배치가 무엇보다 훌륭했습니다. 당시 기획전이 특히 구석기 시대부터 메이지 유신 전까지 근대화 이전 일본사를 주요 유물로써 설명해주는 테마를 갖고 있었는데, 뭐랄까, 전시된 훌륭한 유물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굉장히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야마토 정권이나 나라 시대의 검이나 금속공예에서 한반도와의 문화 교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너무 재미있는 일이었어요. 아, 그 유명한 칠지도도 봤습니다. 촬영 금지라서 찍지는 못했지만.
도쿄대학교에 방문했습니다. 도쿄대학교 약학대학에 갔습니다. 숫기가 없고, 일본어도 못하기에 그곳 약학대학 학생들을 만날 생각은 꿈에도 없었지만, 건물이 우리보다 좋을까? 건물이 우리보다 클까? 경쟁심리에 못이겨 들어가봤네요. 여러분이 보기엔 어떠신가요.
이거 찍으려고 영하 10도에 한 시간 가까이 카메라 들고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했습니다. 결국 나온 사진인데, 왜 뉴스 항공사진 송출할 때 많이 본 장면같을까요. 그와 별개로, 가마쿠라에서는 인생샷을 참 많이 건졌습니다. 가마쿠라는 도쿄 옆 소도시입니다. 그러나 도쿄 주위의 이 도시는 한국의 서울 옆 수도권의 그 어떤 소도시와도 적절하게 비유되지 않는, 일본 수도권 근교 지역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위치입니다. 이곳은 뭐랄까, 앞서 설명드린 도쿄에서 느꼈던 여러 맛 중 엔티크함이 유독 깊어진, 그런 소도시 였습니다. 엔티크함의 맛을 참 좋아합니다. 그 맛이 오랜 시간의 빚음을 가장 잘 드러내는 훌륭한 맛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 문화권만의 전통이라는 것은 짧은 시간에 빠른 유입이 일어날 때 형성되지 않습니다. 형성되더라도 무언가에서 짧은 영감을 얻어 흉내내는데 그치곤 합니다. 많은 이들을 생각에 잠기게 하고, 감명을 받게 하는 깊이있는 전통은 오직 시간만이 창작해낼 수 있다는 것에서, 가마쿠라의 그 엔티크함의 맛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잘 찍은 사진 (잘 찍어준 사진)을 주로 카카오톡 배경사진에 많이 저장하다보니, 누군가에게는 사진이 그다지 참신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그만큼 사진 한장한장에 애정과 간직의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사진, 물건, 사람, 많은 것에 감정을 부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유연하면서도 분명하게 정의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한 해의 시작을 이렇게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것은, 2025년 수많은 청명이 제게로 다가올 것을 크게 암시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동기들과 함께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던, 그야말로 같이 간 사람도, 같이 간 장소도 훌륭했던 만점이 부족한 여행이었습니다. 여름 그스팟 프로젝트도 많이 기대하고 있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만족스러웠던 초대
2월 언제였지 중순 즈음 해서 다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목적은, 쉬러. 휴양하러, 새 학기 맞이를 위한 충분한 체력 보충 뭐 그런거. 후기는, 기억이 안납니다. 4월 지금, 이 여행에 대한 별다른 아무런 기억도 없어요.
전혀 싫지 않습니다. 그간의 여행에서 오랫동안 남는 기억들을 떠올려 보자면, 어릴 적 설악산 여행갔을 때 엄마 아빠 잃어버리고 몇 시간동안이나 산중에서 헤맸던 기억, 에버랜드로 초등학교 소풍 갔을 때 친구 잃어버리고 혼자 헤맸던 기억, 얼마 전 일본 여행 갔을 때 도쿄 박물관 앞에서 휴대폰이 고장나서 길도 잃고 친구들이랑 연락도 못했던 기억, 오 이렇게 보니까 저 유서깊은 레전드 길치군요. 하여튼, 고생했던 기억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것이 진정한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는 것의 묘미이고, 그 과정을 거치며 여행 메이트들과 더욱 돈독해지기에 이 과정을 심지어 저는 매 여행마다 기대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인간으로써의 가장 기본적인 존엄성인 '생각'을 잠시 포기하고, 오로지 쉼에만 매몰된 여행을 한번쯤 해보기를 원했습니다. 그냥, 공백의 며칠을 아름다운 다낭 풍경들과 함께 눈을 호강하며 보내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때마침 여행 내내 날씨도 궂은 것이 호텔 안에만 있도록 유도하더군요. 하루종일 호텔 침대랑 수영장 배드에 누워서 핸드폰만 보고 오는 여행이 가능해졌습니다.
뭐했나 기억도 안나는데 그냥 여행에서 찍은 귀엽고 우리집 명물 잘생긴 동생 사진만 보고 가세요. 초상권은 얼마 전 동생한테 로봇 장난감 하나 사주고 넘겼으니 그냥 퍼가셔도 됩니다. 얘는 진짜 나중에 연예인을 해야할 것 같아요.
다낭을 가고 느낀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경기도 다낭시 맞다. 한국인 무지 많고, 외국 같지 않다. 베트남 음식 쌀국수 몇번이고 먹다가 너무 질려서 김치찌개 먹었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네요. 두 번째, 짝퉁이 지이이이이인짜 많다. 가짜가 판치는 가짜들만의 세상입니다 되려 진짜인게 하나도 없을 정도. 그런데 솔직히, 구분 안돼요. 다낭 명물 만원짜리 짝퉁 크록스, 진품 크록스보다 더 편하니까 여행가면 꼭 사셔야 합니다. 만 오천원짜리 짝퉁 스투시, 진품 스투시보다 더 편해요 제 잠옷입니다.
여기 진짜 예뻐요 호이안. 사진에도 제대로 다 안담겼지만, 보이는 나룻배와 소원등 감성이 너무 좋아요. 사람이 좀 많았지만, 길거리를 걸으며 이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호강 힐링이 되는 느낌.
아무렴 어때요 잘 쉬다 왔으면 된거지. 날이 흐려서 그랬던 걸 거야 분명
이거 맑은 하늘 아니었던 건 좀 아쉽습니다.
여행 끝이에요. 알다시피 비라는 날씨는 사람의 휴식을 결코 허락하지 않습니다. 날씨 조차 기억나지 않기를 바랬던 여행 전의 계획이 틀어진게 가장 아쉽습니다. 다낭에 가서 먹은 끼니 중 절반은 한국 음식이었습니다. 한국 김치찌개, 한국 바베큐, 한국식 뷔페, 뭐 그런 것들이었죠. 말 그대로, 호의호식 하기만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경험이었을까요? 전, 해외라는 단어가 제 기억에 씌우는 강하고 단단한 덮개를 탈피할 능력도, 생각도 없습니다.
빛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어둠이 있기에 가능한 것
이 즈음부터 개강 준비로 이것 저것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정작 여행에서 그렇게 많이 쉬었나?라는 생각은 돌아보니 들지만, 그래도 개강 준비와 여행 모두 설렘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만큼, 한 해의 본격적인 시작을 목전에 앞두고, 기대감을 최대한으로 고조시킬 수 있었던 두 여행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올해 4월 5일, 청명 즈음에 이르러서 비로소 많이 실현되었다가, 이제 또 다른 청명을 위해 어둠으로써 준비하고 있는 현상(現象)입니다. 실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향한 기대감을 높여줄 수 있다는, 방학 여행이 갖는 향간의 목적을 되새길 수 있는 두 번의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