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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 본문
진화 심리학
진화 심리학은 근래 내가 관심이 급격히 많아진 분야이다. 구글에 무작정 이 용어를 쳐보니 연관검색어로 유사 과학이라는 어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학적인 탐구방법이 어떻든간, 진화심리학은 생명과학의 세부 분야 중 가장 목적성이 넘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윈의 진화론은 특정 시제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흘러가는 전반의 흐름에 대해 다루었다고 여겨진다. 지금까지 생명은 어떤 일반적인 원리에 의해 변화했으며, 앞으로는 그 원리에 기반하여 추론하였을 때 어떻게 변할 것이다. 그런 것들.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이라는 표현을 굉장히 강력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본인에게 친숙한 주변의 예시에서 또한 그것이 적용됨을 보이고자 한다. 다름 아닌 내 주변에 있던 하나의 사실에서 몰랐던 법칙을 발견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그 과학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생물종은 당연히 자신이 속한 종, 사람(Homo sapiens)이다.
그러니까, 쉬운 말로, '사람의 속성'도 진화의 법칙을 따르는가? 그렇다. 그것이 일반적인 원리라면. 과학자들은 여기서 예시가 가지는 특별함, 기이함에 주목한다. 그런 측면에 주목하다 보면, 이 예시는 일반성에서 벗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반례를 찾는 것을 변태적으로 좋아하는 이들은 최대한 기상천외하고, (수학적으로) 아름답고, 뒤틀리고, 규칙적이고, 의미가 있는 예시를 들고 와서 자, 이 정도면 법칙의 반례가 되겠지?라고 서로에게 블러핑 한다. 그리고 내심, 그 예시마저도 일반적인 법칙을 따라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우리는 모범생이 지키는 학교 규칙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학급의 문제아들마저도 따르는 교실의 보편적인 규칙이 있다면, 도대체 그건 뭘까? 하며 궁금해한다. 같은 것이다.
사람은 지구상의 150만 종의 생명체 중 독보적인 문제아이다. 가장 가능하고, 가장 조직적이고, 별별 수식어를 다 붙일 수 있다. 그 수식어의 중심에 서 있는 학문이 바로 '심리학' 아니겠는가. 그런 계통의 학문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생물종의 진화도, 내지는 지능의 발달 정도에 따라 학문의 파생력도 비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생물 - 생태학, 동물 - 행동학, 인간 - 심리학. 여하튼, 심리학은 거의 인간만을 대상으로 다루어지는 독특하지만 핵심적인 속성의 학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진화론이 심리학 또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고전적인 진화론
처음 진화론을 '학문' 수준으로 익혔을 때, (분자생물학, 세포학을 학습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지만) 섬세함과 체계성, 완벽하게 짜인 논리에 감탄했다. 한편으로는 진화론에서 일컫어지는 '형질'의 발달이 주로 해부학적인 외형에 한정되어있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뼈의 구조가 어떻고, 그런 것들. 해부학은 생물학에서 내가 가장 혐오하는 세부 분야이다. 척추동물 45000종에서 종 하나 달라질 때마다 달라지는 뼈의 모양을 분석하는 것은 따분하다. 그리고 활용의 학문보다는 순수학문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써, 의학과 약리학의 발발달과 함께 이루어진 해부학의 역사 자체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뼈의 진화는 이제 신소재학에 맡겨볼 수 있지 않을까. 피부 가죽도 마찬가지, 내부 장기도 마찬가지. 신장의 투석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인공 투석, 소화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인공 간, 그런 것들은 인류가 미래에 외골격과 내부 장기를 어떻게 진화시키면 좋을지 최소한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보다 재미있는건 인지의 진화. 심리의 진화. 사회의 진화. 그런 연구들이 아닐까. 두 가지가 궁금하다. 첫째, 우리의 본능적이고 공통적인 인지, 심리, 행동들은 진화론의 일반원리를 충실히 따르는가? 둘째, 그러면 어떻게, 우리는 더욱 심리적으로 진화할 것인가?
첫 번째 질문
아래의 연구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진화학적인 근거를 찾아내었다.
Arachnophobia(거미 공포증) 연구
인간이 거미나 뱀과 같은 생물에 대해 비합리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 별 위협이 되지 않고, 인간의 기술, 도구, 근력으로 쉽게 제압이 가능한 이러한 생명체에 왜 이렇게 강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까? 어릴 때 거미, 뱀에게 물린 적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생후 돌이 되지 않은 아기도 이들 사진을 보고 두려움에 떤다. 이러한 심리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지금처럼 기술과 정보가 풍부하지 않았으며, 집단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던 과거에 우리 조상들이 태초에 아무 정보도 없이 거미와 뱀을 난생 처음 마주하면, 두려움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개체는 이들을 피하여 생존하겠지만 두려움의 속성을 가지지 않고 무턱대고 독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덤빈 개체는 독에 감염되어 사망하게 된다. 몇십만년전의 이러한 원시적인 조건에 맞물린 본능적인 이점이 현재까지 잔존하여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의 단기적인 뒷받침근거는 아래와 같다: 우리가 '원자력'을 처음 연구할 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방사성 물질의 차폐 및 임계반응에 대한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아 끔찍한 사고를 몇 차례 겪자, 이내 우리는 방사능 표지만 봐도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 지금와서 원자력발전소는 일반 화력발전소보다 낮은 사고율과 높은 안전성을 보임(혹은 그렇다는 주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근거없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현상은 마치 단기적인 Arachnophobia의 발전과정 처럼 보인다.
기이한 인간의 습성들도 진화심리학의 발전과 맞물려 하나씩 진화적 근거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두 번째 질문
'어떻게 하면 인지력을 발전시킬 것인가?' '무엇을 하면 똑똑해질 것인가?' '무엇을 해야 사회가 효율적으로 바뀔 것인가?' 그걸 말하기 이전에 우리는 '똑똑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똑똑해지면 무엇이 바뀌는 것인가?' '사회가 효율적으로 바뀐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답변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여기서 한 가지 당연하다 싶었던 개념(내지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며 새로운 질문이 생겨났다. '우리는 똑똑해지고 있는가?', '사회는 효율적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앞서 말했던, 진화론의 일반원리와 결부된 질문이다. 만약 위 두 질문의 대답이 '아니요'라면, 두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다. 첫째, 똑똑해지고, 효율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종 전체에서 진화적으로 이득이 아니다, 달리말해 정말 기이하기 짝이 없는 속성, '인간은 멍청해진다'가 진화적 근거가 있는 행동이다. 둘째, 진화론의 일반원리에 대한 반례. 인간은 생존에 불리해지는 것을 지향할 수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도 지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반적인 원리가 어쩌면 지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더불어 아래와 같은 질문도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 그것을 일반적인 원리라 생각한 근거는?
- 일반적인 원리를 지향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곧 앞서 살펴본 두 가지 해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괜찮으니 지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화론에 충실한 것이다. 괜찮지 않지만 지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화론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요 근래 나의 과학적 사고의 회로는 대부분 진화론의 일반원리에 대한 각종 대입과 진화심리학에 대한 관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종단의 질문은 두 관심사의 결부점이자 종착지이다. 진화론은 필연적으로 종간관계를 다루는 것이기에 한 종에게만 있는 특별함을 챙길 수 없고, 또 그런 목적을 가진 학문도 아님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제는 어엿한 한 분야인 진화 심리학이 궁금해졌다는, 뭐 그런 생각이 든다.